“미국 국채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는 문장은 여전히 맞습니다. 다만 안전하다는 것과 잘 팔린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2026년 여름 이후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오르는 이유는 미국이 위험해져서가 아니라, 사주던 사람들이 하나씩 자리를 비웠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가 어떻게 비었고 누가 대신 앉으려 하는지 순서대로 봅니다.
미국 장기금리는 지금 어디까지 올랐나
2026년 9월 초 기준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약 5.27%입니다. 2026년 8월 중에는 5.34%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 수준에 머문 기간으로 따지면 2006년 이후 가장 깁니다.
2026-09 초, 미국 30년물 국채금리 (FRED DGS30)
| 구간 | 금리 | 기준일 |
|---|---|---|
| 미국 기준금리 | 3.50~3.75% | 2026-09 |
| 미국 10년물 | 4.818% | 2026-09-02 |
| 미국 30년물 | 약 5.27% | 2026-09 초 |
| 일본 30년물 | 4.155%(장중) | 2026-09-03 |
| 한국 국고채 30년물 | 4.657% | 2026-09-02 |
중요한 것은 절대 수준이 아니라 모양입니다. 기준금리는 3%대인데 30년물은 5%대입니다. 짧은 금리보다 긴 금리가 훨씬 크게 올랐다는 것은, 연준이 무엇을 하느냐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부분 — 즉 기간 프리미엄이 커졌다는 뜻입니다. 같은 현상이 한국 국고채 30년물과 일본 초장기 국채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 국채 수요 부진은 어디서 시작됐나
시작점으로 가장 자주 지목되는 시점은 2022년,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동결입니다. 그때까지 각국 중앙은행에게 미 국채는 ‘이자가 붙는 현금’이었습니다. 동결 이후에는 여기에 조건이 하나 붙었습니다 — 미국과 사이가 나빠지지 않는 한.
이 조건이 붙는 순간 준비자산의 계산이 달라집니다. 결과는 금 매입으로 나타났습니다. 각국 중앙은행은 2022년부터 2026년 초까지 4,000톤이 넘는 금을 사들였고, 연간 매입량은 2022년 이후 계속 1,000톤을 넘겼습니다. 과거 평균의 세 배 수준입니다.
관측 사실은 “중앙은행이 금을 많이 샀다”까지입니다. “달러가 곧 기축통화 지위를 잃는다”는 그 다음 단계의 해석이며, 아직 결제·표시통화 통계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2026-06 기준 외국인 전체 미 국채 보유액은 9조 2,990억 달러로 여전히 사상 최대 부근입니다.
바뀐 것은 총량이 아니라 구성입니다. 외국 공적기관(중앙은행·국부펀드)은 4년 연속 순매도였고, 이들이 보유한 미 국채는 발행잔액 대비 약 13%로 30년 만의 최저입니다. 가격에 둔감한 정책적 매수자가 빠지고, 가격에 민감한 민간 투자자(헤지펀드·자산운용사·개인)가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사는 사람의 성격이 바뀌면 같은 물량도 다른 금리를 요구합니다.
일본과 중국은 왜 미 국채를 줄이고 있나
2026년 6월 한 달 동안 일본은 264억 달러, 중국은 259억 달러, 영국은 87억 달러의 미 국채 보유를 줄였습니다. 세 나라만 합쳐 약 610억 달러이고, 외국인 전체 보유액은 5월 9조 3,710억 달러에서 6월 9조 2,990억 달러로 감소했습니다.
일본은 팔고 싶어서가 아니라 팔 수밖에 없는 쪽입니다. 일본은 여전히 최대 보유국(2026-06 1조 1,167억 달러)이지만, 자국 30년물 금리가 4.155%까지 오르면서 계산이 뒤집혔습니다. 일본 생명보험사가 미 국채를 살 때는 환위험을 헤지하는데, 그 비용이 연 34% 수준입니다. 미 국채 5.27%에서 헤지비용을 빼면 12%대가 남는데, 자국 30년물이 4%를 넘으면 굳이 바다를 건널 이유가 없습니다. 2026-05에는 한 달 만에 667억 달러를 줄여 2022-09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습니다.
중국은 방향이 다릅니다. 2026-06 보유액은 6,334억 달러로 5월 6,593억 달러에서 4% 줄었고, 이는 2008년 9월 이후 최저입니다. 전년 대비로는 13% 넘게 감소했습니다. 일본이 수익률 계산으로 움직인다면 중국은 그 이전 단계 — 보유 자체를 줄이는 구조적 축소에 가깝습니다. 같은 기간 중국 인민은행은 금 매입을 이어갔습니다.
두 나라의 이유는 다르지만 시장에 도착하는 결과는 같습니다. 만기가 돌아온 국채를 재투자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매달 수백억 달러의 신규 수요가 사라집니다.
전쟁은 미 국채 수요에 어떤 영향을 줬나
두 전쟁은 서로 다른 통로로 작용했습니다.
러시아 전쟁은 신뢰의 문제를 건드렸습니다. 앞서 본 자산 동결이 준비자산 재편의 계기가 됐고, 2026년 들어 유럽연합이 동결 자산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이 논점이 다시 불거졌습니다.
이란 전쟁은 돈의 흐름 자체를 바꿨습니다. 2026년 2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통제되면서, 이란은 ‘우호국’ 유조선에 한해 통항을 허용하되 대금과 통항료를 위안화 또는 스테이블코인으로 받고 있습니다. 세계 원유 교역의 20% 이상이 지나는 길목에서 결제통화가 달라진 것입니다.
여기서 페트로달러 순환이 흔들립니다. 산유국이 달러로 원유를 팔고 그 달러로 미 국채를 사는 구조가 지난 반세기 미 국채의 안정적 수요 기반이었는데, 두 단계 모두에서 균열이 생겼습니다. 결제 단계에서는 위안화·스테이블코인이 끼어들었고, 재투자 단계에서는 걸프 국부펀드들이 국채 대신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2026년 상반기 걸프 자금은 108건, 539억 달러를 투자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는데, 그 절반가량이 미국 AI·기술 기업으로 향했습니다.
돈이 미국을 떠난 것은 아닙니다. 미국 안에서 목적지가 바뀐 것입니다. 국채(정부에 빌려주기)에서 AI 지분(기업에 투자하기)으로 이동하면, 미국 입장에서 자본 유입은 유지되지만 재정 조달은 어려워집니다. 여기에 AI 기업들의 사상 최대 회사채 발행이 겹치면서 국채와 회사채가 같은 투자자를 두고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미 국채의 새 수요처가 될 수 있나
빈자리를 메울 후보로 등장한 것이 스테이블코인입니다. 2025년 제정된 GENIUS법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발행액의 100%를 현금·요구불예금·단기 국채·국채 담보 레포로 보유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법 시행 예정일은 2027-01-18이고, 미 재무부는 2026-08-17 시행규칙안을 공개했습니다.
규모는 이미 작지 않습니다. 2026년 9월 기준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약 3,000억~3,100억 달러이며, 테더(USDT)가 약 1,830억 달러로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테더는 2026-03-31 기준 약 1,410억 달러의 미 국채 익스포저를 보고했는데, 이는 TIC 국가별 표에 넣으면 17위권입니다. 서클(USDC)도 약 790억 달러 준비자산의 84%가량을 국채·레포로 운용합니다.
“리테일에 국채를 넘기려고 스테이블코인을 장려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중앙은행이 사지 않는 국채를, 전 세계 개인이 달러를 보관하려는 수요를 통해 소화한다는 구조는 논리적으로 성립합니다.
다만 만기가 맞지 않습니다. GENIUS법이 허용하는 준비자산은 만기 93일 이내 단기 국채와 국채 담보 레포입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구간은 20·30년물인데, 스테이블코인은 단기물만 삽니다. 오히려 재무부가 단기물 발행을 늘려 이 수요를 흡수할수록, 만기가 짧아진 부채를 더 자주 재조달해야 하는 위험이 쌓입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2028년까지 스테이블코인의 단기국채 보유가 1조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봤지만, 그것이 30년물 금리를 낮추지는 않습니다.
미 국채와 통화량(M2)은 어떻게 얽혀 있나
여기서 이 글의 핵심으로 들어갑니다. 국채가 발행될 때 통화량이 늘어나는지 아닌지는 누가 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 매입 주체 | M2에 미치는 영향 | 설명 |
|---|---|---|
| 중앙은행(연준) | 증가 | 없던 돈을 만들어 지급. 전형적인 양적완화 |
| 상업은행 | 대체로 중립 | 예금은 그대로, 은행 자산이 대출에서 국채로 이동 |
| 가계·MMF | 이동 | MMF는 M2에 포함. 예금↔MMF 간 자리바꿈 |
| 외국 중앙은행 | 제한적 | 해외에 있던 달러가 미국으로 환류 |
| 스테이블코인 | 통계상 감소 | 은행예금(M2)이 스테이블코인(M2 비포함)으로 빠져나감 |
2020~2022년에는 첫 번째 칸이 작동했습니다. 미국 M2는 2020-02 15조 4,928억 달러에서 2022-04 21조 7,684억 달러로 40.5% 늘었습니다. 연준이 국채를 직접 사줬기 때문에 국채가 늘어도 금리가 오르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 칸이 닫혀 있습니다. 연준은 2025-12-01 양적긴축(QT)을 종료했지만, 종료는 ‘더 줄이지 않는다’는 뜻이지 ‘다시 산다’는 뜻이 아닙니다. 미국 M2는 2026-07 23조 2,18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5.4% 늘었을 뿐입니다.
반면 국채는 훨씬 빠르게 늘었습니다.
2019-12 → 2025-12, 미국 공공보유 국채 증가배수 vs M2 증가배수 (미 재무부 Fiscal Data, FRED M2SL)
| 항목 | 2019-12 | 2025-12 | 배수 |
|---|---|---|---|
| 공공보유 국채 | 약 16.8조 달러 | 30.1조 달러 | ×1.79 |
| 미국 M2 | 15.35조 달러 | 22.36조 달러 | ×1.46 |
| 국채 ÷ M2 | 약 1.09 | 약 1.35 | — |
같은 돈으로 더 많은 국채를 소화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시장은 이 초과 공급을 가격으로 조정합니다. 국채 가격이 내리고 금리가 오르는 것이 그 조정입니다. 2026년 8월 미국 총부채(정부간 보유 포함)는 40조 달러를 넘어섰고, FY2026 순이자비용은 1조 달러, GDP 대비 3.2%로 1991년 기록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이자를 갚기 위해 국채를 더 찍고, 국채가 늘어 금리가 오르고, 금리가 올라 이자가 더 늘어나는 고리입니다.
이 고리를 끊는 방법은 셋뿐입니다. 재정적자를 줄이거나, 중앙은행이 다시 사주거나(=통화량을 늘리거나), 새로운 매수자를 만들거나. 스테이블코인 장려는 세 번째 시도로 읽힙니다.
직접 확인하기 — 과거 돈 환산 계산기에서 통화량 기준과 물가 기준으로 같은 금액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볼 수 있습니다. 통화량 지표를 읽는 법은 M2란 무엇인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한국 투자자에게 이 숫자는 무슨 뜻인가
세 갈래로 옵니다.
첫째, 한국 장기금리에 직접 옵니다. 국고채 30년물은 2026-09-02 4.657%로 10년물(4.418%)을 24bp 웃돌았습니다. 원인의 상당 부분이 미국·일본 초장기 금리의 동반 상승입니다. 이미 4대 은행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07~6.37% 구간입니다.
둘째, 환율로 옵니다. 일본 자금이 본국으로 돌아가는 흐름은 엔화와 원화를 함께 흔듭니다. 원/달러 월평균은 2026-06 1,527.3원에서 2026-08 1,406.3원으로 내려왔지만, 지난 10년으로 보면 1,170원대에서 30% 넘게 오른 자리입니다.
셋째, 자산 배분의 전제가 바뀝니다. “장기 국채는 위험자산이 떨어질 때 오르는 보험”이라는 전제는 금리가 내려갈 여지가 있을 때만 성립합니다. 기간 프리미엄이 재정 문제로 벌어지는 국면에서는 주식과 채권이 같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6-08 금값은 온스당 4,411달러로 사상 최고 부근인데, 이는 중앙은행이 국채 대신 금을 택한 결과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예측이 아닙니다. 국채/M2 비율이 1.35라는 사실에서 “금리가 몇 %까지 오른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습니다. 비율이 더 높은 시기에 금리가 더 낮았던 구간도 있습니다(2020~2021년). 숫자는 방향의 압력을 설명할 뿐 시점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정리
- 미국 30년물 5.27%는 통화정책이 아니라 기간 프리미엄이 만든 숫자다. 기준금리(3.50~3.75%)와의 격차가 그 증거다.
- 수요 부진의 계보는 2022년 러시아 자산 동결 → 중앙은행 금 매입 4,000톤 → 외국 공적 보유 비중 30년래 최저 13%로 이어진다.
- 일본은 자국 금리(30년 4.155%)와 헤지비용 때문에, 중국은 구조적 축소 때문에 미 국채를 줄인다. 2026-06 한 달에만 두 나라 합쳐 523억 달러가 빠졌다.
- 이란 전쟁은 호르무즈 결제를 위안화·스테이블코인으로 밀어내며 페트로달러 순환을 약화시켰고, 걸프 자금은 국채 대신 미국 AI 기업으로 갔다.
- 스테이블코인(약 3,000억 달러)은 새 수요처이지만 단기물만 산다. 20·30년물의 빈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다.
- 2019-12 → 2025-12 국채는 1.79배, M2는 1.46배 늘었다. 국채가 돈보다 빨리 늘면 조정은 금리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