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계속 풀리니까 현금을 들고 있으면 손해다, 그러니 무조건 빨리 자산을 사야 한다.” 앞부분은 데이터로 확인됩니다. 한국 M2는 1971년 이후 전년동월 대비 줄어든 달이 한 번도 없습니다. 문제는 뒷부분입니다. 통화량이 늘어난 기간에 자산이 오히려 내린 구간이 여러 번 있었고, 그 구간은 짧지 않았습니다.
통화량이 4.8배 늘면 집값도 오르지 않았나
한국 M2는 1991-01 139조 원에서 2001-01 671조 원으로 4.8배 늘었지만,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3.6에서 23.0으로 명목 2.7% 하락했습니다(M2는 한국은행 ECOS 평잔·계절조정, 아파트는 한국부동산원 지수 2026.01=100 기준).
같은 10년 소비자물가는 1.60배 올랐습니다. 물가를 감안하면 서울 아파트를 1991년 초에 사서 2001년 초에 판 사람의 구매력은 39% 줄어든 셈입니다. 중간 경로는 더 가팔랐습니다. 지수 기준 1991-05 고점 25.5에서 1998-11 저점 18.9까지 명목 26% 하락했고, 그 7년 반 동안에도 M2는 4.1배 늘었습니다.
배경은 공급이었습니다. 1988년 발표된 주택 200만 호 건설계획과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1기 신도시 입주가 1991년부터 시작됐습니다. 돈의 양이 아니라 집의 양이 가격을 눌렀습니다.
왜 늘어난 돈이 자산으로 안 갔나
늘어난 돈이 어떤 자산에 모이는지는 매 시기 달랐습니다. 네 번의 금리 레짐을 같은 방식으로 늘어놓으면 규칙성이 보입니다.
| 레짐 | 기간 | 통화량 | 그 시기 이긴 자산 | 그 시기 진 자산 |
|---|---|---|---|---|
| 인플레이션 | 1971-01→1981-01 | 한국 M2 ×17.0 | 금 ×14.7 | 한국 CPI ×4.6(현금 실질 −78%) |
| 볼커 디스인플레 | 1980-01→2000-01 | 미국 M2 ×3.1 | 미국 금융자산 | 금 ×0.42(명목 −58%) |
| 제로금리·QE | 2008-12→2021-12 | 미국 M2 ×2.6 | 나스닥100 ×13.6 | 금 ×2.2, 서울아파트 ×1.69 |
| 긴축·정상화 | 2021-12→2026-06 | 미국 M2 ×1.08 | 금 ×2.36 | 서울아파트 ×1.11(CPI ×1.15) |
가장 극적인 건 금입니다. 국제 금값은 1980-01 온스당 675달러에서 2000-01 284달러로 20년간 명목 58% 내렸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M2는 3.1배 늘었고 미국 소비자물가는 2.17배 올랐으니, 금의 실질 가치는 81% 사라졌습니다. 1979년 폴 볼커 취임 이후 연방기금금리가 1981-06 월평균 19.1%까지 올라간 뒤 40년에 걸쳐 내려온 구간이 그대로 금의 잃어버린 20년이었습니다.
반대 방향도 같습니다. 2000-01→2010-01 10년 동안 금은 3.9배, 서울 아파트는 2.6배 올랐지만 나스닥100은 0.51배, 즉 반토막이었습니다. 2008-12→2021-12에는 정확히 뒤집혀 나스닥100이 13.6배가 됐습니다. 같은 “돈 풀림”인데 이긴 자산이 매번 바뀌었습니다.
지수는 시장 전체의 평균입니다. 개별 단지·개별 종목의 성과는 지수와 크게 다를 수 있고, 위 배수에는 거래비용·세금·보유비용·배당·임대수익이 반영돼 있지 않습니다.
지금은 어떤 레짐인가
2026년에 관측되는 사실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26-07과 2026-08 두 차례 연속 인상돼 **연 3.00%**가 됐습니다. 금융투자협회 설문에서 채권 종사자의 79%가 동결을 예상했던 결정이었습니다. 연방준비제도는 2026-07-29 회의에서 3.50~3.75%를 유지했지만 위원 3명이 인상 소수의견을 냈습니다.
| 지표 | 최근 관측 | 1년 전후 비교 |
|---|---|---|
| 한국 기준금리 | 3.00% (2026-08-27) | 2회 연속 인상 |
| 미국 정책금리 | 3.50~3.75% (2026-07-29) | 동결, 인상 소수의견 3명 |
| 한국 소비자물가 | +3.09% (2026-08, 전년동월비) | 2026-01 +2.01% |
| 한국 M2 증가율 | +5.98% (2026-06, 전년동월비) | 2024-06 +3.64% |
| 원/달러 | 1,406원 (2026-08) | 2024-08 1,354원 |
통화량 증가율은 2년 만에 3.64%에서 5.98%로 빨라졌는데 정책금리도 같이 올라가는 조합입니다. 40년 동안 이어진 “금리는 결국 내려온다”는 전제가 유지되는 구간인지, 아니면 1970년대나 1980년대 초처럼 전제가 바뀌는 구간인지는 지금 데이터로 판정할 수 없습니다.
이 사이트는 예측하지 않습니다. 어떤 숫자가 관측됐는지, 과거 같은 조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만 보여줍니다.
그래도 빨리 사는 게 이득 아닌가 — 빠진 변수는 조달비용
“무조건 자산”이라는 판단에는 대개 한 가지가 빠져 있습니다. 자산을 사는 데 드는 돈의 값, 즉 금리입니다.
빚 없이 사면 시간은 대체로 편입니다. 한국 M2는 56년간 전년동월 대비 감소한 적이 없고, 길게 보면 자산은 통화량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레버리지로 자산을 산다는 점입니다. 이때 손익분기점은 자산 상승률 − 조달금리입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신규취급액)는 2026-01에 2.89%로 4개월 연속 올랐고, 그 이후 기준금리가 두 차례 더 인상됐습니다. 한편 M2 증가율은 5.98%입니다. 두 숫자의 간격이 좁아질수록 “돈이 풀리니 자산” 논리의 여유는 줄어듭니다. 1991~2001년의 서울 아파트는 M2가 4.8배 늘어난 10년간 명목으로도 손실이었고, 그때 대출금리는 두 자릿수였습니다.
직접 확인해 보기 — 과거 돈 환산 계산기에 연월과 금액을 넣으면 M2 기준과 물가 기준 결과를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특정 자산의 기간별 성과는 자산 증식 계산기에서 기간을 바꿔 비교할 수 있습니다.
정리
- 통화량은 한 방향으로 늘지만, 늘어난 돈이 어느 자산에 모이는지는 시기마다 달랐다.
- 한국 M2가 4.8배 늘어난 1991-01~2001-01에 서울 아파트는 명목 −2.7%, 실질 −39%였다.
- 금은 미국 M2가 3.1배 늘어난 1980~2000년에 명목 −58%, 실질 −81%였다.
- 2008
2021년은 나스닥100(×13.6), 20212026년은 금(×2.36)이 앞섰다. 이긴 자산은 매번 바뀌었다. - 질문은 “자산이냐 현금이냐”가 아니라 “어떤 자산을, 얼마의 조달비용으로”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