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예금에 넣어두는 게 제일 속 편하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원금이 줄지 않고, 언제든 찾을 수 있고, 밤에 시세를 확인할 일도 없습니다.
다만 ‘속 편하다’와 ‘손해가 없다’는 다른 말입니다. 30년치 예금금리를 그대로 굴려 보면 그 차이가 숫자로 나옵니다.
30년간 예금만 했다면 얼마가 됐나
예금은행 저축성수신금리로 복리 운용하면 3.65배입니다.
매달 그달의 신규취급 금리를 적용해 굴렸다는 가정입니다. 1996년 1월에 1억 원을 넣었다면 2026년 7월에 3억 6,500만 원이 됩니다.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비교 대상이 있어야 판단이 됩니다.
| 1996-01 → 2026-07 | 배수 |
|---|---|
| 한국 M2 (2026-06 기준) | ×11.86 |
| 예금 복리 누적 | ×3.65 |
| 소비자물가 | ×2.25 |
두 개의 다른 답이 여기서 나옵니다.
| 기준 | 30년 성과 |
|---|---|
| 소비자물가 기준(구매력) | +62% |
| 한국 M2 기준(자산 비중) | -69% |
두 숫자가 모순처럼 보이지만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습니다. “같은 물건을 얼마나 더 살 수 있나”는 물가 기준이고, “세상 전체 돈에서 내 몫이 어떻게 됐나”는 통화량 기준입니다. 자세한 구분은 돈은 1.9배, 물가는 1.3배: M2와 CPI의 차이에서 다뤘습니다.
최근 10년은 왜 다른가
고금리 시절이 끝났기 때문입니다.
30년 성적표에는 1990년대 후반이 통째로 들어가 있습니다. 1996-01 저축성수신금리는 연 **10.42%**였고, 외환위기 직후인 1998-01에는 **17.67%**까지 올랐습니다. 그 시절 예금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상품이었습니다.
구간을 최근 10년으로 잘라 보면 그림이 바뀝니다.
| 2016-08 → 2026-07 | 배수 | 실질 |
|---|---|---|
| 예금 복리 누적 | ×1.249 | — |
| 소비자물가 | ×1.255 | -0.5% |
| 한국 M2 | ×1.934 | -35.4% |
10년 동안 예금에 넣어두었다면 장바구니 기준으로 본전에 아주 조금 못 미쳤습니다. 통화량 기준으로는 3분의 1 넘게 밀렸습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였던 달은 얼마나 되나
367개월 중 69개월, 다섯 달 중 한 달꼴입니다.
가장 나빴던 시기는 물가가 6%대로 뛰었던 2022년입니다.
| 시점 | 예금금리 | 물가상승률 | 실질금리 |
|---|---|---|---|
| 2022-06 | 2.41% | 6.04% | -3.63%p |
| 2022-12 | 4.22% | 5.02% | -0.80%p |
| 2026-07 | 3.21% | 2.79% | +0.42%p |
반대로 가장 좋았던 때는 1998-01의 +9.38%p입니다. 예금금리 17.67%에서 물가상승률 8.29%를 빼고도 9%p 넘게 남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2026년 현재는 어떨까요. 2026-07 예금금리 3.21%, 물가상승률 2.79%로 실질 +0.42%p입니다.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0에 가깝습니다. 최근 1년 중 2026-05와 2026-06은 각각 -0.21%p, -0.08%p로 잠깐 마이너스로 내려갔습니다.
이 글의 금리는 예금은행 저축성수신 전체의 가중평균입니다. 실제로 받는 특판 정기예금 금리는 이보다 높을 수 있고, 이자소득세 15.4%는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세후로 보면 실질금리 마이너스 구간은 위 계산보다 더 넓습니다.
그래서 예금을 하지 말라는 뜻인가
아닙니다. 예금이 하는 일과 안 하는 일을 구분하자는 뜻입니다.
예금이 확실하게 하는 일이 있습니다. 원금을 지키고, 언제든 찾을 수 있게 하고, 금액을 미리 알 수 있게 합니다. 1~3년 안에 쓸 돈, 전세 보증금, 사업 운전자금, 비상 자금은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이 기능에는 값이 매겨져 있고 그 값이 위의 숫자입니다.
문제는 10년 넘게 쓸 계획이 없는 돈까지 같은 자리에 두는 경우입니다. 위 표의 -35.4%는 그 선택의 10년치 청구서입니다.
이 사이트는 무엇을 사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가만히 두는 것”도 선택이고, 그 선택에도 값이 붙는다는 사실은 숫자로 보여 드릴 수 있습니다.
직접 계산해 보기 — 내 자산 성장 비교 계산기에 시작 시점과 금액을 넣으면 내 돈이 통화량·물가 대비 어디에 있는지 나옵니다. 과거 특정 시점 금액의 현재 값어치는 과거 돈 환산 계산기에서 확인하세요.
정리
- 1996-01~2026-07 예금 복리 누적은 3.65배, 소비자물가 2.25배, 한국 M2 11.86배다.
- 물가 기준 +62%, 통화량 기준 -69%. 같은 예금에 대한 두 개의 정답이다.
- 최근 10년만 보면 물가 기준 -0.5%, 통화량 기준 -35.4%로 고금리 시절의 성과가 사라진다.
- 실질금리 마이너스였던 달은 367개월 중 69개월(18.8%), 최저는 2022-06의 -3.63%p다.
- 예금은 수익 수단이 아니라 유동성·확실성을 사는 수단이다. 문제는 상품이 아니라 넣어두는 기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