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1,500원을 넘었다는 기사가 나오면 다음 문장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수입물가 상승으로 장바구니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얼마나 커지는지를 숫자로 말해 주는 기사는 드뭅니다.
그 ‘얼마나’를 계산해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생각보다 작습니다.
환율이 10% 오르면 물가는 몇 %p 오르나
한국은행 추정으로 0.35%p입니다.
시간에 따라 나눠 보면 이렇습니다.
| 구간 | 소비자물가 상승폭 |
|---|---|
| 단기(3개월 이내) | 0.28%p |
| 장기(4~12개월) | 0.19%p |
| 연간 합계 | 0.35%p |
같은 질문에 다른 답도 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6-05 보고서에서 환율 10% 상승 시 물가를 최대 0.5%p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봤습니다. 기관마다 0.35~0.5%p 사이입니다.
이 글의 데이터로도 직접 계산해 봤습니다. 2001-01~2026-07 307개월의 전년동월 대비 변화율을 단순 회귀하면 이런 값이 나옵니다.
| 관계 (전년동월 대비) | 계수 |
|---|---|
| 환율 +10% → 수입물가 | +3.4% |
| 환율 +10% → 소비자물가 | +0.29%p |
위 회귀는 다른 변수를 통제하지 않은 단순 2변수 회귀입니다. 국제 유가·곡물가처럼 환율과 물가 양쪽에 동시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분리되지 않았으므로, 인과관계의 크기로 읽으면 안 됩니다. 한국은행 추정치(0.35%p)와 자릿수가 같다는 점만 확인하는 용도로 보시기 바랍니다.
100원 오르면 실제로 얼마인가
환율 수준에 따라 다릅니다. 비율로 바꿔야 합니다.
2026-08 원/달러 월평균은 1,406.3원입니다. 여기서 100원이 오르면 7.1% 상승입니다. 전가율 0.35%p를 비례 적용하면 0.25%p, 자체 회귀 계수 0.29%p를 쓰면 0.21%p입니다.
물가상승률이 3.09%(2026-08, 전년동월 대비)인 상황에서 0.2%p는 3.09%가 3.3% 정도가 된다는 뜻입니다. 무시할 크기는 아니지만, 환율 뉴스를 볼 때 떠올리는 공포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환율은 어디서 희석되나
수입물가까지는 거의 그대로 가고, 소비자물가로 오면서 대부분 사라집니다.
전년동월 대비 변화율의 상관계수를 보면 흐름이 보입니다.
| 두 지표 | 상관계수 (2001-01~2026-07) |
|---|---|
| 환율 ↔ 수입물가 | 0.29 |
| 수입물가 ↔ 소비자물가 | 0.65 |
| 환율 ↔ 소비자물가 | 0.23 |
실제 사례로 확인하면 더 선명합니다.
| 시점 | 환율(전년비) | 수입물가(전년비) | 소비자물가(전년비) |
|---|---|---|---|
| 2022-10 | +20.6% | +19.4% | +5.62% |
| 2026-06 | +11.7% | +20.9% | +3.16% |
| 2026-07 | +8.9% | +18.7% | +2.79% |
환율이 20% 뛴 2022-10에 수입물가도 19% 뛰었지만, 소비자물가는 5.6%에 그쳤습니다. 그마저도 당시에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이 함께 작용한 결과였습니다.
희석되는 이유는 세 단계입니다.
- 기업이 흡수한다. 원재료 가격이 올라도 판매가를 바로 못 올리면 마진이 줄어듭니다. 자영업자가 매년 겪는 그 일입니다.
- 최종 가격에서 수입 원재료 비중이 작다. 커피 한 잔 5,000원에서 생두 원가는 몇 백 원입니다. 나머지는 임대료·인건비·전기료로, 환율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 소비자물가의 절반 이상이 서비스다. 미용실·학원·병원·대중교통에는 수입 원재료가 거의 들어가지 않습니다.
환율은 물가로 가는 길에 세 개의 스펀지를 지납니다. 스펀지가 젖을 때까지는 조용하고, 다 젖으면 한꺼번에 흐릅니다. 오래 지속된 고환율이 위험한 이유입니다.
그래도 환율을 봐야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평균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전가율 0.35%p는 평균 가계의 평균 장바구니 기준입니다. 다음에 해당하면 체감은 훨씬 큽니다.
- 달러로 직접 쓰는 가계 — 해외여행, 유학 송금, 해외 직구. 여기는 전가율이 아니라 환율 전액이 그대로 반영됩니다. 100원이면 7.1% 그대로입니다.
-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은 자영업 — 수입육·수입 밀가루·원두를 쓰는 가게라면 원가에서 환율이 차지하는 몫이 평균보다 훨씬 큽니다.
- 해외 자산 보유자 — 반대 방향입니다. 환율이 오르면 원화 환산 평가액이 같이 오릅니다.
직접 확인하기 — 과거 돈 환산 계산기에서 환율이 포함된 기간 비교를 해 볼 수 있고, 달러 기준 자산의 원화 환산은 주가지수 비교 계산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리
- 환율 10% 상승의 소비자물가 영향은 한국은행 추정 0.35%p, 현대경제연구원 최대 0.5%p, 자체 단순 회귀 0.29%p다.
- 환율 1,400원에서 100원 상승은 7.1%이므로 물가 영향은 0.2~0.25%p 수준이다.
- 수입물가는 환율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지만, 기업 마진·원가 비중·서비스 비중을 지나며 소비자물가에서는 대부분 희석된다.
- 평균 가계 기준 숫자이므로 달러로 직접 지출하거나 수입 원재료 비중이 큰 가계·가게는 체감이 훨씬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