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고지서는 오를 때만 뉴스가 됩니다. 그런데 30년치 물가 통계를 펴 보면 전기요금은 대부분의 생활 품목보다 훨씬 덜 올랐고, 20년 동안은 아예 내렸습니다. 그 차이는 사라지지 않고 다른 곳에 쌓였습니다. 어디에 얼마나 쌓였는지 숫자로 따라가 봤습니다.
전기요금은 물가보다 얼마나 덜 올랐나
소비자물가지수의 전기료 품목은 1996년 93.807에서 2025년 139.86으로 1.49배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총지수는 2.14배, 도시가스는 3.62배입니다(2020=100, 연평균, 국가데이터처 작성·ECOS 수록).
물가를 빼고 보면 실질 전기요금은 30% 싸졌습니다. 더 눈에 띄는 구간은 2000~2020년입니다. 이 20년 동안 전기료 지수는 106.4에서 100.0으로 명목 금액 자체가 6% 내렸습니다. 같은 기간 물가는 58% 올랐습니다.
| 기간 | 전기료 | 도시가스 | 총지수 |
|---|---|---|---|
| 1996 → 2025 | ×1.49 | ×3.62 | ×2.14 |
| 2000 → 2020 | ×0.94 | ×1.57 | ×1.58 |
| 2020 → 2025 | ×1.40 | ×1.46 | ×1.17 |
| 1996-09 → 2026-09 | ×1.52 | ×3.64 | ×2.18 |
2022~2023년 인상으로 최근 5년은 물가보다 빨리 올랐지만, 30년 기준으로는 여전히 크게 뒤처져 있습니다.
전기료 지수는 매년 7~8월에 내려갑니다. 여름철 누진구간 완화가 지수에 반영되기 때문입니다(2026년 8월 126.47, 9월 142.16). 8월끼리 비교하면 1996년 대비 1.35배, 9월끼리는 1.52배가 나옵니다. 생활물가 30년 비교 글의 1.35배는 8월 기준입니다.
덜 받은 요금은 어디로 갔나
한전 재무제표로 갔습니다. 한전은 2021년 연결 기준 5.85조 원, 2022년 32.66조 원, 2023년 4.54조 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3년 합계 43.0조 원입니다(별도 기준으로는 47.8조 원).
| 연도 | 영업손익 (연결) | 부채총계 (연결) | 부채비율 |
|---|---|---|---|
| 2020 | +4.09조 원 | 132.48조 원 | — |
| 2021 | −5.85조 원 | 145.80조 원 | 223% |
| 2022 | −32.66조 원 | 192.80조 원 | 459% |
| 2023 | −4.54조 원 | 202.45조 원 | 543% |
| 2024 | +8.36조 원 | 205.44조 원 | 497% |
| 2025 | +13.49조 원 | 205.60조 원 | 417% |
| 2026 상반기 | +4.91조 원 | 210.72조 원 | 406% |
2022년 적자가 유독 컸던 이유는 사 오는 값과 파는 값이 뒤집혔기 때문입니다. 그해 전력도매가격(SMP) 연평균은 196.65원/kWh였고, 주택용 판매단가는 121.32원/kWh였습니다. 도매가가 소매가의 1.62배였던 셈입니다. 한전 IR 자료 기준 원가회수율은 2021년 87%, 2022년 64%(잠정)였습니다.
2024년부터 흑자로 돌아섰지만 2024년~2026년 상반기 영업이익 합계는 26.8조 원으로, 3년 적자 43.0조 원을 아직 메우지 못했습니다. 부채는 흑자 기간에도 줄지 않고 늘었습니다.
그 빚의 이자는 얼마인가
2025년 한전 연결 이자비용은 4.34조 원입니다. 하루 약 119억 원이고, 그해 영업이익(13.49조 원)의 32%에 해당합니다. 2026년 상반기 이자비용은 2.08조 원으로 하루 약 115억 원입니다.
부채를 전기 사용 고객 수로 나눠 보면 체감이 쉽습니다. 2026년 6월 한전 고객은 2,541만 5천 호입니다. 연결 부채 210.7조 원을 나누면 1호당 약 829만 원입니다(별도 부채 기준 약 465만 원). 공식 통계가 아니라 규모를 가늠하기 위한 단순 나눗셈입니다.
가스도 같은 구조입니다. 한국가스공사의 민수용(도시가스) 원료비 미수금은 2026년 6월 말 13.54조 원입니다. 도시가스 요금은 전기보다 많이 올렸는데도 원가를 다 넘기지 못한 몫이 남아 있습니다.
요금은 언제, 얼마나 올랐나
주택용 전기요금은 2022년 4월부터 2023년 5월까지 다섯 번에 걸쳐 kWh당 40.4원 올랐습니다. 그 뒤로는 동결입니다.
| 시행 | 대상 | 인상분 (원/kWh) |
|---|---|---|
| 2022-04 | 전 종별 | +6.9 |
| 2022-07 | 전 종별 | +5.0 (연료비조정단가 상한) |
| 2022-10 | 주택용 등 | +7.4 |
| 2023-01 | 전 종별 | +13.1 |
| 2023-05-16 | 전 종별 | +8.0 (주택용 마지막 인상) |
| 2023-11 | 산업용(을)만 | 평균 +10.6 |
| 2024-10 | 산업용만 | 평균 +16.1 |
| 2025~2026 | 전 종별 | 동결 (2026-04 산업용(을) 계절·시간대 개편으로 평균 −15.4원) |
연료비조정단가는 2022년 3분기부터 상한인 +5원/kWh에 18분기 연속 머물러 있습니다. 2026년 2분기에는 산식상 −11.2원이 나왔지만 누적 적자를 이유로 +5원을 유지했고, 4분기에는 산식상 +7.3원이 나왔지만 상한에 걸려 +5원이 적용됐습니다.
인상이 산업용에 몰리면서 순서도 바뀌었습니다. 한전 판매단가는 2021년 주택용 109.16원, 산업용 105.48원이었는데 2025년에는 주택용 158.97원, 산업용 181.90원입니다. 2023년부터 공장이 가정보다 kWh당 더 비싸게 전기를 씁니다(2023년 산업용 153.71원, 주택용 149.75원). IEA 2023년 자료를 인용한 보도 수치로 계산하면 가정용이 산업용의 약 2배(미국), 1.5배(일본)인 나라들과 반대 구조입니다.
그래서 그 차이는 누가 내고 있나
국제 비교로 보면 한국 가정은 싼 전기를 쓰고 있습니다. IEA 2023년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한국 가정용 전기요금은 MWh당 130.4달러로 OECD 37개국 중 35위로 세 번째로 낮았습니다. 한전이 2026년 7월 발표한 비교에서는 4인 가구 월 419kWh 기준 요금이 한국 7만 7,760원, 일본 16만 5,983원, 미국 19만 3,848원이었습니다.
덜 낸 요금은 사라지지 않고 한전 부채가 됐고, 그 부채는 매일 이자를 냅니다. 결국 미래의 요금, 산업용 요금, 혹은 공기업의 재무 부담으로 나눠 갚게 되는 구조입니다. 지금의 낮은 고지서와 210조 원의 부채는 같은 숫자의 양면입니다.
이 구조는 인플레이션의 다른 얼굴이기도 합니다. 물가가 오를 때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지는 물가가 3% 오르면 그 돈은 누가 가져가나에서, 유가가 전기·가스 원가로 넘어오는 경로는 두바이유와 환율 6단계 글에서 이어서 볼 수 있습니다.
예전 요금을 지금 돈으로 — 과거 돈 환산 계산기에 예전 전기요금 고지서 금액과 연월을 넣으면 물가 기준으로 지금 얼마인지 바로 볼 수 있습니다.
정리
- 전기료 지수는 1996
2025년 1.49배로, 물가(2.14배)와 도시가스(3.62배)보다 훨씬 덜 올랐고 20002020년에는 6% 내렸다. - 한전은 2021~2023년 연결 영업손실 43.0조 원을 냈고, 부채는 2026년 6월 말 210.7조 원이 됐다.
- 이자비용만 하루 약 115억 원이다. 주택용 요금은 2023년 5월 이후 41개월째 동결이다.
- 2023년부터 산업용 판매단가가 주택용보다 높아져, 요금 부담이 가정에서 산업 쪽으로 옮겨 갔다.